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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
동화작가 강순복 "글 소재는 정의·공평·제주어"
  • Feb 21, 2023

<로드인터뷰_사람꽃> 강순복 동화작가(제주성안교회 집사)
학교폭력 관련 책, 정의가 이긴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아빠의 실직을 다룬 책,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길
제주어는 반드시 지켜내야, 책과 강의로 제주어 중요성 알려
강순복 집사 "믿음의 자녀답게 글쓰고 싶어"
2019년 제1회 제주어 문학상 '춤추는 흰종이 꽃' 선정
2022년 10월 4.3소재 '흰 동백의 비밀' 출간
등단 후 '바보 선장' '빵 씹는 소리' '종이피아노' 등 15편의 작품 선보여

김영미PD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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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2월 4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강순복 동화작가(제주성안교회 집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제주성안교회 집사이며 동화 작가 강순복씨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서머나교회 이대희 목사가 만나봅니다.
 
◆이대희> 동화를 쓴 건 얼마나 되셨어요.
 
◇강순복> 학교 다닐 때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 시를 쓰다가 93년도에 장애인에 대한 동화를 써서 제주 신인문학상을 받고 94년도에 중앙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해서 만 30년째예요.
 
◆이대희> 지난해 연말에 나왔던 책이 4.3을 주제로 한 책이었어요. 그 책이 동화작가로서 펴낸 몇 번째 책이 되는 건가요.
 
◇강순복> 동화책으로는 14번째고 총 15번째인데 한 권은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다 와서
선교 보고식으로 쓴 책이 한 권 있어요.
 
◆이대희> 작가님은 4.3은 물론이지만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나 해고 당한 아빠들의 이야기 같은, 그 시대의 아픔과 사회의 문제들을 짚어낸 책들이 많더라고요. 동화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습니까.
 
◇강순복>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정말 정의가 살아야 되잖아요. 내가 힘이 없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어떤 경우도 실망하지 말라고, 반드시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요.
 
그리고 실직 된 아버지의 아픔 같은 건 자녀들이 잘 몰라요, 자녀들에게 그런 동화를 통해서 아빠들도 너희들만큼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또 굉장히 부정적인 현실을 좀 긍정적인 꽃을 피워서 공평과 정의가 흐르는 그런 사회가 형성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들을 쓰게 됐어요.
 
◆이대희> 앞으로도 이런 메시지를 담은 책을 계속 쓰실 건가요.
 
◇강순복>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것만 쓰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쓴 글 중에는 장애 아이들에 대한 글이 많아요.
 
그런데 요즘은 제주를 빛낸 사람들이라고 해서, 얼마 전에 쓴 것도 있고, 올해는 다른 분의 일대기를 동화로 풀고 싶어서 개인 문자를 주고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중섭 작가는 유명한데, 이중섭 작가의 개에 관한 이야기를 재밌게 아이들한테 풀어서 쓸 생각입니다. 올해는 그 두 개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대희> 이 시간을 통해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들이 있을까요.
 
◇강순복> 제가 쓴 동화들이 다 읽히면 좋겠지만 약간 사회가 꺼리는 동화가 있어요.
 
'아빠의 눈물'이라는 전쟁평화박물관에 관한 동화예요. 지금은 폐쇄 된 전쟁평화박물관 지하 벙커에 대한 얘기인데, 저는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면 단행본으로 다시 쓰고 싶어요.
 
◆이대희> 그동안 쓰셨던 책들 가운데 특별히 뮤지컬 무대에 올려 진 책도 있다면서요.
 
◇강순복> 출판사에서 만장굴에 대해서 써 보지 않겠냐는 청탁이 와서 쓴 거예요. '괴짜 선생과 꼬마탐험대'라는 원작 제목이 뮤지컬에서는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라는 뮤지컬이 됐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뮤지컬 제작이 됐어요.
 
저한테도 영광이고 출연한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그 때 제주아트센터가 만석이었어요.
 
◆이대희> 그리고 쓰신 책들을 보면 제주어와 표준어로 나눠서 쓰신 경우가 있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강순복> 제주어로만 쓰면 일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못 읽어요. 그리고 제주어는 2010년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4단계까지 올라갔어요. 무엇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데는 문학 작품만 한 게 없습니다.
 
제주어는 반드시 살려야하고 문학 작품으로 남겨져야만 되는 겁니다. 다행히 요즘은 제주어 노래,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 구연동화대회가 열리면서 제주어가 활발하게 살아나긴 하지만 저는 학교 가면 아이들한테 '제주어가 없어지면 제주가 없어지는 거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한 게 한국어 말살 정책이었다. 우리가 한국어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우린 지금 일본어로 이름도 부르고 공부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주어의 중요성을 얘기해요.
 
제주의 문화와 제주의 역사와 제주의 바람과 돌과 거친 파도, 이런 것들이 저는 너무 아름답거든요. 그래서 보존해야 돼요. 그래서 꼭 제주어로 써야 되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젊은 친구들이나 육지 분들은 못 읽거든요.
 
그래서 제주어하고 표준어하고 딱 한 권 안에 두 가지 언어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이어도 두 가지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재밌잖아요.

◆이대희> 그래서 지금 제주어 강의를 학교에서도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강순복> 제가 스스로 하는 건 아니고요,  '제주어보전회'라는 기관이 학교에서 청탁이 오면 강사들을 파견시켜요. 작년에도 많이 갔더라고요. 일주일에 네 번 정도 갔습니다.
 
2시간 하는데요, 정말 꿈같이 시간이 지나가요.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저한테 와서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제주어만 쓰고요, 친구들한테도 제주어 쓰도록 할게요. 제주어 없어지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데, 정말 뭉클했어요.
 
내가 와서 2시간을 헛되게 시간 낭비하고 가는 게 아니구나, 더 잘해야 되겠구나, 더 쉽게 더 아이들 마음속에 제주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언어인지, 특별한 언어인지 심어줘야 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왔어요.
제주어와 표준어를 함께 수록한 그림책  '춤추는 흰종이 꽃'제주어와 표준어를 함께 수록한 그림책 '춤추는 흰종이 꽃' 
◆이대희> 제가 알기로는 피부 미용업도 오랫동안 하신 걸로 아는데, 사업하면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화를 쓰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강순복> 저는 소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면 솔잎들이 저한테 말 거는 것처럼 느껴져요. 제가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봐요. 그리고 글을 써야만 제가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제가 사물과 얘기하면서 글을 쓰면 하나님이 기뻐서 춤출 것 같고, 소외된 아이들한테는 희망을 줄 것 같아요.
 
저는 그늘지고 소외된 곳, 춥고 배고픈 사람들한테 정말 작은 불이라도 켜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노하우가 그거예요. 어려운 사람들 많이 보는 거, 쳐다보는 거.
 
◆이대희> 오래하신 사업은 지난해 접은 걸로 아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쓰는 일에 전념하실 건가요.
 
◇강순복> 일해서 돈도 벌어야 하는데요, 글은 정말 많이 씁니다. 밤에 조용할 때 쓰는 편인데, 작가는 외로워야 돼요. 외롭지 않고 친구가 많으면 절대 못 씁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왕따라고 해요. 약간 외톨박이를 만들어서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구나 할 때, 비로소 주님이 보이고, '내가 기도할 수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고민했지' 하면서 드디어 글을 쓰게 돼요.
 
◆이대희> 현재 제주성안교회 집사인데, 작가님의 책 안에 믿음이 묻어날 것 같은데.
 
◇강순복> 저는 안 쓴다고 생각하는데, 출판사에서 한번 전화가 왔어요.
제 글이 너무 좋은데, 글마다 하나님 얘기만 써서, 이건 기독교인만 읽는 게 아니니까 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어요. 또 임의로 뺐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저는, 알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속으로 하나님께서 이 말을 들을 땐 슬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선교할 수 있는 방법은 동화를 통해서 밖에 없잖아요.
 
내가 정말 하나님의 딸이라면 그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거고,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혀가는 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안 쓰려고 해도 묻어나요.
 
천국 얘기 안 쓰면 안 돼요. 세상 사람들은 그런 거 안 쓰고 재밌게 써야 좋겠지만, 제가 죽은 다음에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아, 이 작가는 정말 믿음의 자녀답게 글을 쓰다 간 사람이야'라고 후대에 누가 평가해주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이대희> 우리가 동화라고 하면 따뜻한 언어들과 내용으로 채워진다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는데요, 이런 동화를 쓰는 작가로서 크리스천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강순복> 제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아는 권사님과 집사님이 일하는 카페를 가요. 그 자리에서 제가 '우리 믿음을 죽이지 말고 믿음을 살리는 사람으로 살아야 되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런 얘기들을 서로 나눠요. 제가 신앙 생활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도 지금 보면 정말 믿는 사람들이 남을 평가하고 저울질하고 그런 게 너무 많잖아요.
 
인간으로 볼 때, 높은 직분에 있는 분들이 세 명 모이면 다른 집사님 장로님 권사님들 욕하고 나쁘게 판단하고 그래요. 저도 그렇게 될 거예요. 근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한 말씀을 딱 생각하면 용서 못할 일도 없고 이해 못할 일도 없는데, 우리는 가끔 잊어버리는 거죠.
 
제주CBS목회자 기자인 서머나교회 이대희 목사제주CBS목회자 기자인 서머나교회 이대희 목사
◆이대희> 앞으로 크리스천들을 위한 특별한 동화를 써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강순복> 제가 쓴 글 중에 성경에 나온 소재로 쓴 게 있어요. 저는 성경에서 모티브를 갖다가 쓰려고 하고 있고, 처음부터 저는 성경이 아니고 하나님이 아니면, 제가 어떤 동화를 써도 동화 완성이 안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기독교 교리와 기독교에만 갇히면 읽는 독자는 한정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세상과 적당히 섞여서 글을 만들어 내되 그 안에 꽃의 향기가 은근히 퍼져 나가 나가는 것처럼, 그 작품 안에서 탁하게 하나님, 교회 이런 말을 안 쓰더라도 읽어보면 이 글을 쓴 사람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 같다는 게 드러나는 것, 이렇게 쓰는 게 좋아서 그런 작품 세계를 추구하고 있어요.
 
◆이대희> 기도 제목이 있습니까.
 
◇강순복> 일단은 제가 건강해야 되는 거지만 제가 딸처럼 키운 조카가 있어요. 아기 때부터 키운 조카가 결혼해서 딸을 하나 낳아서 지금 여섯 살인데, 작년 8월에 제 동생이 암으로 죽었거든요.
그 동생을 돌본다고, 간호사 출신이라 임신한 몸으로 돌봤는데,  조카가 아이를 낳기 20일 정도를 남겨놓고 그 아이가 사산됐어요.
 
아기가 그렇게 떠나면 금방 또 아기 들어선다는데, 안 들어서서 걱정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배가 부른 거예요. 그래도 못 물어봤어요. 근데 3월에 출산이에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최고로 사랑하는 조카인데요. 가지도 못해요. 조심스러워서.
 
올케는 예수를 안 믿으니까, 고모가 교회 다녀서 부정 타서 또 잘못된다고 할까봐 출산할 때까지는 안 가려고 통화만 하는데, 정말 병원에서도 인정받는 간호사거든요.
그 친구가 3월에 아기를 순산하는 게 기도 제목입니다.
 
또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10살 밑에 남동생의 아들을 제가 데리고 살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제 주소로 옮겨와서 제가 지금 데리고 사는데, 스물일곱이에요.
 
어릴 때는 제주에서 성경 시험 1등을 해서 도대표로 육지로 나갔다 오기도 했고, 커서 선교사가 되겠다고 한 아이에요.
 
근데 중학교 때 저한테 일 년만 교회를 쉰다고 하더니 완전히 오래 쉬는 거예요.
그 애가 믿음이 회복되기를 지금도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께 돌아오는 게 제 기도예요.
 
저는 늘 그런 생각하는 게, 어떤 시련이나 그런 게 저 앞에 오면, 오늘 이게 굉장히 큰 아픔일지라도 분명히 이 뒤에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서 더 좋은 것을 예비한다고 믿어요.
 
그러니까 더 좋은 것으로 분명히 예비하고 있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아파하고 안 아파해요.
 
오늘 막 속상해도 '아니야 이거는 분명히 하나님이 어떤 계획이 있을 거야, 오늘 아프면 이 아픔이 훗날 이렇게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라고 체험하게 하시는 걸 거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견딥니다.
 
그런데 항상 너무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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