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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
박연술 무용가 "춤으로 위안 되는 곳, 어디든 가고파요"
  • Feb 21, 2023

<로드인터뷰_사람꽃> 무용가 박연술(법환교회)
예고와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 30년 넘게 후배 양성
2002 한일 월드컵 전야제 안무 등 화려한 이력
자녀교육으로 제주 이주…예술 강사와 공연기획자·안무가·무용가로 활동
아픔이 있는 곳에서 살아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춤을 춰
"기도로 공연 준비하고, 끝나고 기쁘게 올려드려요"

김영미PD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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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 주최 행사장에서. 박연술 제공제주문화예술재단 주최 행사장에서. 박연술 제공■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5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무용가 박연술(법환교회 집사)

삶의 향기를 지닌 크리스천을 만나는 로드 인터뷰 사람 꽃. 오늘은 공연기획자이자 무용가인 박연술씨를 제주CBS 김영미PD가 만났습니다.

 ◆김영미> 무용가 박연술씨를 만나러 서귀포의 퐁낭작은도서관에 와 있는데요. 지금 아이들과 무슨 수업을 하고 있는 건가요?
 
◇박연술> 퐁낭작은도서관에서 지금 3년째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이들과 무용에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무용 수업이라니? 아이러니하지요? 저는 이 친구들한테 무용은 어떠한 장소에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춤을 춘다는 자체가 이해 안 되고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책도 읽고 그 내용으로 그리고, 만들며 그에 맞는 음악으로 움직임을 하니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아이들 스스로 주제도 정하고 음악도 정해 춤을 출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이런 역할로 8년 째 예술강사를 하고 있는데요. 예술강사는 방과 후 강사와 달리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에 학교에 파견돼 예술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무용을 가르치고 있어요.
퐁낭작은도서관에서 수업중인 박연술집사퐁낭작은도서관에서 수업중인 박연술집사◆김영미>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용도 가르치지만 박연술씨는 제주에서 유명한 무용가이자 춤 공연기획자잖아요
 
◇박연술> 춤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갑니다. 기획도 하고 프로젝트 공연도 하죠.
 
두 가지 다른 성격의 예술 단체도 창단했습니다. 하나는 '아우름 IN 아트'라는 아트 프로젝트 그룹으로 첼리스트 문지윤, 캘리그라피스트 김효은, 춤꾼 박연술 이렇게 세 명으로 활동하는데요. 3년 전에, 우리 대형사고를 한 번 쳐보는 게 어떨까 하면서 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뚜럼브라더스 박순동씨도 함께요. 그렇게 시작한 대형사고가 '아우름 IN 아트'입니다.
 
또 하나는 제주연무용단입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삶의 무료함을 느껴 활력을 찾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분들이 모여서 저를 찾아왔고, 수업 요청이 들어왔어요. 꾸준히 몇 년을 연습하셨는데요. 마침내 그 분들의 염원으로 작년에 창단했습니다.

제주연무용단은 다른 무용단과 성격이 다른데요. 우리무용단의 주인은 단원들입니다. 저는 단장으로 안무와 연습 등을 맡고, 대표 이하 단원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하고 운영을 합니다.

이 분들은 다른 무용단에 있으면서 단장들의 횡포로 무용을 그만 두려는 분들도 계셨는데, 우리 무용단은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투명하고 깨끗한 무용단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영미>제주연무용단 소개를 좀 더 해 주세요
 
◇박연술>제주연무용단은 감사함으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작년 4.3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한 프로그램 중 '유족들의 가을 소풍'이 있었습니다. 제가 4.3 학살터에서 공연을 해야 했는데, 우리 무용단이 뜻을 같이해서 비록 적은 금액의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 하며, 보는 이와 하는 이들이 서로 행복한 공연이 됐습니다. 저희 무용단이 의미 있는 공연을 하기로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이후 4.3과 관련한 행사라든지, 남영호, 세월호, 이런 위로의 자리에도 어김없이 참석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공연을 했습니다. 제가 3년 전에 해외 입양인들의 한국여행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분을 알게 됐습니다. 해외 입양인들은 입양되고 한 번도 모국에 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한 일을 하시는 분인데, 제가 그 분을 3년 전에 만났을 때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제가 공연해 드릴게요'라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제주에 해외입양인 21분을 모시고 오게 되신 거예요.
10월 12일에 오셨는데, 그 때 제가 약속을 지키게 됐습니다. 우리 무용단도 흔쾌히 좋다고 해서 함께 공연을 했어요. 탐라문화제 공연도 한 터라 많이 피곤할 텐데, 너무 감사했죠. 보목 바닷가의 아름다운 곳에서 그 분들을 맞이하고 공연도 같이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가 즐거워하셨어요.
 
◆김영미> 남영호 얘길 잠깐 하셨는데, 1970년에 발생한 침몰 사고였죠? 제가 알기로는 그때 아버님이 돌아가신 거로 압니다. 그래서 해마다 공연도 하고 있죠?
 
◇박연술> 1970년 12월 15일 360명이 넘는 분들이 돌아가셨는데, 당시 사무장이셨던 아버지는 구명조끼와 귤나무 상자를 나눠주며 먼저 승객들을 구출하다가 돌아가셨어요. 엄청난 해양사고였어요.

제주 와서 아버지를, 남영호를 기리는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주연무용단과 함께 하는데, 고모님이 돌아가신 단원이 있었습니다. 제가 해마다 아버지를 위해 공연하는 걸 알고, 다음부터는 우리 무용단 모두 함께 하기로 했죠.
 
제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국가 무공훈장을 받으신 분이라 의협심이 강하셔서 저도 아버지처럼 사는 것 같아요. 삶을 투쟁 하듯이, 극복하고 헤쳐 나가고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엄마잖아요.
 
엄마이자 무용가이자 선생님이자 주부이자 이렇게 생각하고 사니까 열심히 치열하게 안 살면 내가 원하는 춤도 못 추고 아이들도 못 키울 것 같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중학생인데, 축구선수의 길을 가고 있어요. 그 아이를 열심히 가르치려면 진짜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어요.

저는 아름다운 예술을 하지만 생계형 예술가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편하게 예술만 하고 살고 싶은데, 언제 그런 날이 올까요?
 
◆김영미> 그러면 코로나 때는 어떠셨어요.
 
◇박연술> 사실은 코로나 때 기존에 있는 큰 공연들이 다 무산됐죠. 아예 큰 행사들은 못 하고요, 작지만 뜻 깊은 행사들은 몇 명 안 모이고 공연을 했어요. 온라인으로도 공연을 하곤 했죠. 4.3이나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곳은 어디든 부르면 달려갔습니다.
 
제가 2013년 제주에 내려와서 남영호를 위한 공연을 제일 먼저 올려드렸어요. 그러고 난 후 4.3사건과 관련한 살풀이춤을 추었는데요. 살풀이는 한국의 전통 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스승인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이신 故정재만 선생님은 살풀이에 희로애락이 다 담겼다고 얘기를 하세요. 그러면서 '넌 왜 살풀이 추면서 계속 우냐, 살풀이 추면서 웃을 수도 있고 잘 가라고 보내드리는 기쁜 마음으로 추는 마음도 있어'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저는 항상 여기에 마음을 두고 있어요. 4.3의 아픔을 가진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려야겠다는, 그래서 영혼을 위로하는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현재를 위한 춤을 춰요, 그것이 저에 대한 위로와 치유가 됩니다.
 
세월호 공연도 계속 제안을 받아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문지윤 첼리스트와는 불러주지 않더라도 우리가 알아서 공간들을 찾아가서 공연을 합니다. 4.3도 마찬가지고요, 지난번에는 너븐숭이와 기억공간, 또 곤을동의 잃어버린 마을에 다녀왔어요 
 
잃어버린 마을이라 아무도 없지만, 그리고 생계에 도움도 안 되지만 우리 정신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 우리 정신력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함께 하고 있어요.
 4.3잃어버린 마을 머체왓. 박연술 제공4.3잃어버린 마을 머체왓. 박연술 제공◆김영미> 법환교회에 다니고, 기독교인이잖아요, 잠깐 살풀이 얘기도 하셨지만 신앙과 부딪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박연술> 저희 스승님이 故정재만 교수님인데요, 성당을 다니시는 분이예요, 이 분은 '어디든 내가 추는 건 하나님이 더 위에 계시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하셨어요.

제주에는 또 다양한 무속신앙이 있잖아요, 그래서 부딪치기도 하지만 전 항상 공연을 가면 공연하기 전에 반드시 기도를 해요 '하나님 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장해 주셔서 함께 춤을 춰주세요' 그렇게요.
 
그래도 정말 어려운 과정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회 장로님이자 배우인 어떤 분은 스님 역할도 하시잖아요, 저도 '무용가로써 연기자며 배우다, 그러면 나도 어디에 가든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예술가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고 다짐합니다.
 
오히려 이거다 저거다 나누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끝나고, 내가 그 일을 잘 수행했을 때 올려 받아서 기도하면 뭐든지 기뻐하실거다 그렇게 생각해요.
 
◆김영미>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습니까
 
◇박연술> 친구인 첼리스트 문지윤씨도 크리스천인데, 정말 뜻 깊은 공연 아니면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정말 돈이 없고 힘든데도 뭔가 춤이 필요하고 예술이 필요한 곳이면 둘이 달려가요. 우리 둘이 친한데, 그 친구와 늙어도 그렇게 늙자고 얘기했어요.
 
제가 물론 생계형이지만 돈이 되는 곳이면 또 열심히 벌겠죠. 그러나 그게 아니고 제주 안에서 정말 우리가 빛을 발하는, 뜻이 있는 곳이면 그냥 가자라고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김영미> 삶의 목표라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가수 조성일과의 아트콜라보 작업 당신. 박연술 제공가수 조성일과의 아트콜라보 작업 당신. 박연술 제공
◇박연술> 전 5살 때부터 춤을 췄어요, 친구들이 유치원 다닐 때, 저는 무용학원을 다녔습니다. 늘 춤과 함께 였습니다. 서울예고를 거쳐 숙명여대에서 무용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는데요. 그래서 춤은 저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정신과 몸이 건강하길 바라고요. 저를 필요로 하는 데 가서 많은 춤으로 위로를 해 드리고 싶어요. 봉사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주에는 무용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일 숙원 사업은 제주에 예고와 예술대학 같은 고등 교육과정 인프라를 만드는 거고요. 제주가 파괴되는 게 정말 싫어서, 환경과 관련한 일을 제가 하는 춤으로 풀려고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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